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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체험의 긍정과 부정: 루카스 판 레이덴의 <여리고의 맹인을 치료함>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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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차선민

Advisor
신준형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루카스 판 레이덴성상 파괴바르티메오맹인 도상레이덴네덜란드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2018. 2. 신준형.
Abstract
본고는 루카스 판 레이덴의 1531년 작품 이 당대 종교 관행에서 인간의 육체적 시각과 영적인 시각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이해하고자 한다. 은 신약성경의 이야기 중 예수가 여리고를 떠나면서 바르티메오라는 이름의 맹인을 치료한 기적을 그리고 있다. 해당 이야기는 판 레이덴이 회화로 남기기 전까지 거의 독립적인 주제로 그려지지 않던 주제였다. 화가는 전통적이지 않은 회화 주제를 선택하였으며 이야기를 화면에 옮기는 과정에서 중심 인물보다 목격자들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16세기 초 성화를 육체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제기된 의구심을 반영한다.
루카스 판 레이덴의 후기 회화 작품들은 당대 사회적으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던 새로운 종교의 필요성과 신앙 생활의 개혁에 대한 논의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또한 당대 사회적인 인식, 특히 신앙 생활에서 시각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는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연구들은 판 레이덴의 후기 작품을 주로 양식적인 측면에서 분석하였으며 이탈리아와 뒤러라는 큰 틀 속에서 영향 관계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사회사적인 접근에서도 그림의 주제가 담고 있는 함의와 이를 묘사한 이례적인 방식 등에 대해서 온전히 분석하지 않았다.
논문의 제 2장은 성화의 역할이라는 맥락에서 판 레이덴의 작품들을 살펴볼 것이다. 15세기 무렵까지 네덜란드에서 성화는 궁극적으로 이미지 없는 명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적극 이용되었다. 판 레이덴 또한 이러한 용도의 성화를 다수 제작하였으나 은 해당 성화의 기능에 대한 의심을 제기한다. 16세기 초 성화를 보는 것의 정당성과 이를 이용한 종교 관행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판 레이덴이 을 완성한 1531년은 시기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하다. 30년 후인 1566년에 네덜란드에서는 전국적으로 성상파괴 운동이 발발하게 된다. 따라서 판 레이덴이 작품을 그렸을 시기 대두되었던 이미지에 대한 의심과 성화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살펴볼 것이다.
제 3장은 구체적으로 의 회화적 특징이 어떻게 시각과 믿음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지 분석한다. 판 레이덴의 묘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화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이다. 화가는 주변 인물들을 예수와 바르티메오 못지 않게 중요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들이 기적의 순간을 육체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집시, 바리새인 등으로 확인되는 인물들은 16세기 기독교인에게 타자화된 집단이었으며 경계해야 할 반-모델로 작용하였다.
한편 바르티메오는 육체적인 봄의 대척점에 위치한 인물이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보지 못하지만 예수로부터 자신의 믿음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영적으로는 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초기 교회시절부터 육체적인 봄에 대비되는 영적인 봄이 기독교인들에게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인은 예수의 죽음과 승천 그리고 성부 옆에 자리하게 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 대신에 기독교인들은 이와 같은 교리를 그들의 심장의 눈으로 보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기독교인들은 보지 않고도 믿었기 때문에 찬양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물리적인 봄에 대한 경계가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의 종교적인 논의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지나치게 시각에 의존하는 가톨릭의 종교 관습에 대한 비판이 레이덴을 비롯한 북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4장에서는 여리고의 맹인을 치료함이 기존에 이해되었던 것과 달리 물리적인 봄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전반에 걸쳐 네덜란드에서 제작된 인간의 오감에 대한 알레고리화는 예수가 맹인을 치료하는 기적을 시각의 알레고리로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그림들에서 맹인의 시각은 영적인 신실함에 대한 비유로만 이해되지 않았으며 육체적인 감각 자체로 이해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일종의 은혜로운 시각(beatific vision)을 부여 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육체적 시각에 대한 인정인 것이다.
화가가 육체적 시각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관자의 봄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으로 뒷받침된다. 화가는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자가 이미지를 먼저 보아야 함을 알고 있었다. 판 레이덴의 작품에서 봄의 행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예수, 맹인, 관중들과 같은 신약성경의 이야기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16세기 당대의 관자도 포함하는 것이다. 화가는 관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관자 자신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도록 하였다. 관자는 자신의 육체적인 눈으로 볼 때 군중들과 대비되는 바르티메오의 봄을 따르도록 요구되고 있다.
은 신앙 생활에서 시각의 역할 또는 이미지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던 시기에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맹인의 영적인 봄을 강조하는 주제는 당대 논의 속에서 물리적인 봄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판 레이덴은 이미지의 내용이 바로 그 이미지의 효용성 자체를 부정하는 듯 보이는 모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그는 의 주제, 이를 표현한 방식과 작품의 형식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16세기 기독교인에게 올바른 봄의 방향이 무엇인지 제시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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