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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의 양벌규정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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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순욱

Advisor
이용식
Major
법과대학 법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양벌규정법인의 범죄능력동일시 이론조직체 모델대위책임컴플라이언스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법과대학 법학과 형사법 전공, 2016. 2. 이용식.
Abstract
본 논문은 법인에 적용되는 양벌규정의 해석론과 그 개선방안을 다루고 있다.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최근까지 약 500개의 양벌규정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졌고, 그 개정된 내용은 대부분 통일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 실무에서는 개정된 양벌규정의 위헌 여지에 대한 비판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이고, 학계에서도 개정된 양벌규정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개정된 양벌규정이 법인의 처벌근거에 대한 무과실책임설을 더 이상 따를 수 없다고 선언한 것 이외에 해석론상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법인의 양벌규정이 본문과 단서로 규정되어 있어 단서에 정해진 내용은 불법요건인지 면책규정인지 여부, 단서에 규정된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는 형법상 과실로 보이는데,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는 상당한 주의와 어떤 관계인 것인지, 그 내용은 어떠한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에 대하여서만 법인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 이외에도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인지, 과실추정설, 일반과실책임설, 부작위책임설은 법인 양벌규정에서 어떤 점을 설명하고 있고, 어떤 점에 대한 해명이 부족한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법인 처벌의 툴로서 대위책임 이론, 동일시 이론, 조직체 모델 등 3가지 툴을 검토해야 한다. 종래에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고, 법인 양벌규정에 대하여도 무과실책임설을 취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법인을 형사처벌하는데 필요한 도구 개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다. 법인 처벌의 툴은 법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도구 개념인데, 법인 양벌규정은 법인에 대하여 형벌인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법인을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의 범죄능력에 관한 논의나 양벌규정에서 법인 처벌의 근거로 논의되는 일반과실책임설 등의 논의 뿐 아니라 법인을 처벌하는 툴에 대한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위책임 이론은 타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법인 입장에서 보면 결국 무과실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꼴이어서, 현행 양벌규정의 해석론에서는 취하기 어렵다. 조직체 모델은 법인 내 자연인을 매개하지 않고 법인 자체의 잘못을 평가한다는 것인데, 통상 조직체 모델은 법인의 과실을 설명하는데 장점이 있을 뿐, 법인의 고의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고, 특히 조직체 모델은 법인 내 자연인을 매개하지 않는다고 하나 대표기관 등 법인 내 자연인을 배제하고 법인 그 자체의 행위 등을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또한 현행 양벌규정은 법인만 처벌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연인의 처벌도 함께 규정하고 있어, 규정의 문언상으로도 조직체 모델을 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는 툴은 동일시 이론 밖에 없게 된다.

동일시 이론은 원래 법인 내 자연인의 지위 여하를 불문하고 자연인의 범죄가 있으면 법인이 형사처벌되는 대위책임 이론을 따를 때 법인의 처벌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표기관 등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는 자연인의 행위에 대하여서만 법인이 형사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대표기관 등의 행위가 법인의 행위가 된다고 파악하면서, 법인의 범죄를 대표기관을 통하여 파악하게 되었고, 자연인을 전제로 한 형법 체계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장점이 있었다. 즉, 법인의 대표기관이 스스로 행한 범죄는 곧 법인의 범죄가 되는 것이고, 대표기관이 종업원 등에게 지시를 하거나 종업원의 범죄를 용인하는 등의 경우에도 대표기관을 매개로 하여 법인이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시 이론은 특히 미국의 모범형법전 §2.07에 나타나 있는데, 프랑스 신형법이나 오스트리아 단체책임법도 이를 따르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대표자의 고의는 법인의 고의라고 표현하거나, 대표자의 범죄와 종업원의 범죄를 나누어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동일시 이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보인다.

우리 법인 양벌규정에서도 동일시 이론에 의하여 그 해석론을 전개할 수 있는데, 비록 우리 법인 양벌규정이 명문으로 대표자와 종업원 등을 나누고 있지는 않지만, 해석론으로는 양자를 다르게 취급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자가 범죄를 범하면 법인이 형사처벌되고, 법인의 대표자가 종업원 등에게 범죄를 지시하거나 묵인하는 등의 경우에는 법인의 대표자를 매개로 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양벌규정에는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도 명시되어 있는 바, 이른바 감독과실의 경우에는 종업원 등이 범한 범죄를 법인의 대표자가 인지하지 못하여 법인을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감독을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법인에 형사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감독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실 자연인인 감독자와 피감독자를 상정해야 그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우리 양벌규정을 동일시 이론에 의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동일시 이론을 취한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대표기관의 행위와 법인의 행위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사실 이중처벌의 문제가 생기게 되고, 여전히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남게 된다.

이중처벌의 문제는 동일시 이론만의 문제라기 보다 양벌규정을 채택하는 순간 발생되는 문제이고, 특히 동일시 이론에 의할 때 그 문제점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물론, 동일시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대표기관이 자연인으로서 범한 범죄의 요건과 대표기관이 업무에 관하여 범하였기 때문에 법인이 처벌되는 요건은 다른 요건이고, 대표기관과 법인은 별개의 주체이므로 법적인 이중처벌의 문제는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소규모 회사나 1인 회사의 경우에는 상당히 불이익한 형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반드시 양형에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책임주의 원칙의 문제에 대하여는, 동일시 이론을 가지고 양벌규정을 해석하게 되면 그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거나, 아니면 법인은 책임을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법인 처벌규정에서는 책임주의 문제를 빼고 검토해야 한다거나, 책임은 원래 개별적인 것인데 동일시 이론에 의하면 그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므로 양벌규정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동일시 이론에 의할 때 법인의 대표기관의 행위를 법인의 행위로 보게 되고, 대표기관의 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면책될 여지가 없으므로 책임주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책임주의는 헌법상 원칙이므로 그 기준에 의하여 법인 처벌규정은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위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우리 양벌규정은 이미 약 6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계속 그 규정이 증가하고 있으며 법인 양벌규정을 모두 위헌이라고 선언하였을 때 발생될 실무상 혼란 등을 고려하고, 대표기관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업무에 관하여라는 요건을 통하여 법인의 형사책임 여부가 바뀔 수 있는 점 등을 본다면 법인 자체를 책임주의의 기준으로 보면서 위헌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법인 처벌의 툴이 있으므로 책임주의 문제를 해명한 것이라고 간주하거나, 법인은 원래 책임 문제를 가지고 설명할 수 없으므로 법인 처벌규정에 대하여는 책임주의 원칙을 자연인만큼 강조할 수는 없다는 등으로 해석론을 봉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에서 양벌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때, 종업원 등의 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그대로 형사 처벌되는 것이 위헌이라고 하였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책임주의 원칙 측면에서 위헌결정을 한 부분을 동일시 이론에 의하여 본다면, 종업원 등의 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법인과 동일시되는 대표자인 자연인과 종업원 등의 자연인 사이의 문제였던 것이며, 결국 책임주의라는 잣대를 위헌의 기준으로 쓴 것은 자연인에 대하여만 사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에서, 대표기관의 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그대로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문제에 대하여 책임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정도의 의미일 뿐, 책임주의에 정면으로 합치된다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이하 국제뇌물방지법)에서 증뢰죄에 대하여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을 두고 몰수 규정에서는 범인에 법인이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종래의 양벌규정 논의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행정범이 아닌 형법범에 법인 처벌규정을 두었다는 점이나, 법인 처벌규정을 양벌규정 형태로 하였다는 점, 벌금형을 매우 높게 정하면서 범죄로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벌금액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가능성도 열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위 국제뇌물방지법은 국제 조약에 따라 제정된 법률로서 손쉽게 위헌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데, 범죄와 형벌의 비례라는 측면에서 보면 형법상 증뢰죄보다 중한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법인의 범죄능력은 인정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법인에 대하여 고의범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감독과실로써만 처벌받는 정도로는 위 형벌을 합헌이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뇌물방지법의 해석으로도 동일시 이론을 채택하여 법인의 대표기관을 매개로 하여 법인이 고의범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형법범에도 법인 처벌규정이 등장했다는 점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하고, 몰수 규정의 범인에 법인을 포함하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는 점도 역시 관심을 두어야 한다. 향후 법인 처벌규정의 논의가 확대될 경우에는 국제뇌물방지법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석론 및 단기 입법론으로서는, 현행 법인 양벌규정이 통일적인 모습을 띄고 있고 동일시 이론에 의하여 설명이 가능하므로, 형법 제8조의2 규정을 두어 법인 양벌규정을 총론적으로 명시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형법 제8조의2 아래의 양벌규정을 적용할지 여부는 각 본조에서 정한다. 제00조(양벌규정) ①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00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대표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법인을 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에게 제00조의 위반행위를 하도록 지시, 명령, 요구, 승인, 부주의하게 용인하거나,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과 감독을 게을리한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법인이 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법인을 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석론상으로는 법인 양벌규정에 대하여 동일시 이론에 의하여 위와 같이 정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법인을 형사처벌하는데 있어서 책임주의 원칙의 기준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된다. 법인의 범죄능력에 대한 오래된 논란도, 조직체 모델의 등장 배경도 역시 이러한 책임주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이 지점은 자연인을 전제로 한 형법이론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갖는 단체형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난제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 법인의 형사책임 문제에 대하여 수도 없이 많은 논문과 연구가 있었던 것은, 자연인을 전제로 하는 형법이론을 가지고 법인의 형사책임 문제를 해명하려는 시도에도 매번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위책임으로 법인 처벌을 시도하면 법인이 자기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문제가 되고, 조직체 모델을 따르면 다시금 자연인을 매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동일시 이론에 의하더라도 책임주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나름대로 각국의 사정에 맞게 법인의 형사책임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순전히 도그마틱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해석론과 단기 입법론은 책임주의 원칙 문제 때문에 뫼비우스의 띠,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는 도돌이표와 같은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덜 위헌적인 방법으로 법인의 형사책임 문제에 대응하면서 실무를 운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위헌 요소가 전혀 없는 새로운 차원의 단체형법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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