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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문학의 언어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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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우영

Advisor
방민호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5-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청준언어알레고리예외상태중층구조수행성가면쓰기자아망실유신시대자서전고백작가판소리매체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5. 2. 방민호.
Abstract
본고는 이청준(1939-2008)의 문학 언어와 글쓰기의 특징을 작가 의식과의 관련성 아래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나아가 이청준의 언어 인식과 언어 감각이 그가 살았던 시대의 현실과 조응하는 양상 또한 면밀하게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는 그동안 이청준을 포함한 4.19세대 문인들이 그들의 언어 의식과 언어 사용을 기존 세대들과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독자적 지점으로 전략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면화한 새로운 언어 의식의 실체와 소위 한글 세대가 가지는 언어 사용에 대한 정밀한 연구는 충분히 수행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청준은 언어가 무엇보다 주체 사이를 매개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깊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언어의 지시적 성격보다, 그 수행적 성격에 주목함과 동시에, 언어의 유동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이는 상황에 대한 단정적, 단일한 서술을 지양하면서, 겹의 구조 안에 다양한 목소리들을 서술함으로써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여러 시도들로 발현된다.
2장에서는 이청준의 독특한 언어의식이 배태된 역사적 상황과 맥락에 우선 주목하여, 이청준이 속했던, 1960-1980년대 한국사회를 아감벤의 용어를 빌어 항시적 예외상태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 폭력적인 정치 상황에서 주체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알레고리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었음을 강조하였다. 이청준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전짓불 경험은 한국 전쟁과 그 이후 한국 사회를 규정지었던 이데올로기 대립을 상기시키는 원초적 장면으로 기능한다. 또한 이청준 작품 속 인물들은 가면쓰기를 통해 존재하며, 자아 망실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항시적 예외상태 앞에서 맨얼굴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가면을 쓰지만, 가면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다가 결국 가면 속으로 자신을 무화시켜는 주체의 모습은, 상징체계(사회) 안에서 또 한 번의 거세를 수용하는 결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스로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거부하던 주체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선택하는 자아망실의 장면은 상징계로부터 스스로를 망명시키는 주체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청준은 중층구조를 통해 소설 속 주체들이 자신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감추고, 다양한 목소리가 작품에 드러날 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추리소설등 탐색의 구조를 가진 장르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다. 한편 언로가 막힌 시대, 이청준이 여러 증상들을 통해 신체 위에 다시쓰기를 시도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해당 소설들은 근대적 규율화에 구성된 육체의 증상을 통해서, 역으로 억압된 정신과 사유를 드러낸다. 기괴한 신체를 지닌 인물들과 특정한 증상을 호소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청준은 현실을 재현하는 언어의 한계를 형상화하는 동시에, 주체와 분절하며 새로운 틈새를 만드는 그로테스크한 신체의 자율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이청준은 언어라는 상징 체계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육체를 통제하고자 하였던 당대의 권력과 사회, 그리고 상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이청준은 문학 언어가 갖는 수행성의 차원을 자서전, 자전적 글쓰기를 직접 수행함으로써 작가로 구성되어가는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3장에서는 주체의 진술이 도드라지는 소설이나, 소설 속의 장면을 통해서 언어 자체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의심하고 질문하는 이청준의 소설들을 주로 논의하였다. 우선 개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하는 신문(訊問)의 장면이 담긴 일련의 추리 및 법정 소설들을 통해, 카프카적 질문 앞에 놓인 주체의 불안한 진술과 그 진술 속에서 소설 및 글쓰기의 의미를 탐색하는 지점에 주목하였다. 이어서 자서전의 양식에 기반한 소설에 주목하여, 이청준의 문학에서 나타난 언어와 현실의 긴장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다. 자서전은 픽션이 아니며, 자서전을 쓰는 인물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언어로서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과 구조적인 상동성을 갖는다. 따라서 자서전과 관련된 글이야말로 언어의 재현 및 전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치열한 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서전과 관련된 이청준의 소설들은 자서전의 규약과 난점을 전략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이청준은 실존했던 특정 인물의 업적과 과거 행적을 자서전의 형식으로 담아내면서, 독자에게 자서전의 규약에 의거한 독해를 요청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청준은 자서전의 규약을 스스로 파기하며 서사의 틈새를 비틀어 볼 것을 요청한다. 이는 단지 타인의 삶을 재현하는 경우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전적 글쓰기에서도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기존의 장르와 문자언어의 외부에서 언어의 해방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청준의 작품들에 주목했다. 이청준은 흔히 대중소설에서 사용되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소설 속에 폭넓게 구현해내었다. 이청준은 익숙한 서사의 형식에 거리를 두면서, 근대의 언어와 규범화된 독서 및 세계인식이 가지는 맹점을 비판하고, 침묵과 같이 언어의 잉여나 틈새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청준의 소설에 나타나는 노래와 소리의 의미는 이청준이 여러 작품들을 통해 근대 이성에 기반을 둔 언어가 가지는 한계를 형상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명징해진다. 이청준은 노래, 소리 혹은 음악 등 다른 의사소통 매체 및 예술과 접목한 언어를 통해서, 기존의 언어관에서 벗어나, 언어가 가진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심문하고 탐구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청준은 언어가 제 기능을 못하는 시대인 1960-1980년대 한국사회의 사회 및 정치적 맥락 및 담론 장 안에서 언어라는 의사소통 및 예술표현 수단이 가지는 가능성과 그 임계를 지속적으로 탐문한 작가라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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