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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스테이플스 선장, 또 다른 에드워드 호퍼 : 에드워드 호퍼의 1920-42년까지의 뉴잉글랜드 작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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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박하연

Advisor
김영나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에드워드 호퍼뉴잉글랜드양키뉴욕내셔널리즘대공황프랭클린 루즈벨트뉴딜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2014. 8. 김영나.
Abstract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1920년대 초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을 그린 그림들이 인기를 얻으며, 미국의 대표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호퍼가 뉴잉글랜드 지역을 여행하면서 보았던 그 지역의 건축물과 일터를 그린 것이었다. 이렇게 뉴잉글랜드 건축물을 주로 그리던 호퍼는 1928년 에서 처음으로 뉴잉글랜드의 지역민을 주인공으로 다루었다. 그림 속 남성은 호퍼가 뉴잉글랜드 여행 도중 만났던 실제 인물로, 메인(Maine)의 선장 에드 스테이플스였다. 그를 만나고 몇 년 뒤, 호퍼는 실제 인물에서 이름만 빌려 와, 케이프 엘리자베스(Cape Elizabeth)의 선장 스테이플스를 그린 을 제작했다. 이 상상의 인물은 호퍼의 아내인 조세핀 니비슨 호퍼(Josephine Nivison Hopper, 1883-1968)(이하 조)의 일기와 그녀가 호퍼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에드워드 호퍼 기록부(Edward Hopper Record Books)』에 몇 차례나 등장하는데, 여기서 조는 스테이플스를 호퍼의 또 다른 자아라고 언급했다.
그림 속 스테이플스는 늠름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의 선장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10년 뒤인 1940년, 스테이플스는 란 작품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조는 의 금발머리 남성이 스테이플스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남성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의 케이프 코드(Cape Cod)의 주유소 주인으로 그려졌으며, 시선을 아래를 향한 채 구부정한 자세로 기계 점검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자신감 보다는 우울감과 좌절감을 보여준다. 스테이플스는 1942년에 제작된 에서 마지막으로 그려졌다. 조는 자신의 일기에서, 그림 속 뉴욕의 24시간 커피숍 점원을 스테이플스라고 이야기했다. 의 스테이플스는 에서 보여준 자신감이나, 에서 드러낸 좌절, 우울함 대신, 완벽한 뉴욕의 도시민으로 표현되었다.
이처럼 스테이플스의 달라진 모습의 배경에는 미국의 복잡한 시대상황이 있었다. 이 그려진 1920년 초 미국에는 17세기 구 이민자들(Old Immigrants)의 후손들인 백인 앵글로 색슨계 미국인들과 신 이민자들(New Immigrants)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주류 미국인이던 구 이민자들의 후손들은 19세기 이후 계속해서 유입되는 신 이민자들의 이질적인 문화가 미국의 고유한 문화와 정신을 더럽히고 있다고 생각했고 범죄, 질병, 매춘이 신 이민자들에게서 비롯된다고 여겼다. 신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면서 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대도시에 대한 편견 또한 생겼는데, 그 중 특히 뉴욕은 이민자의 슬럼가와 매춘, 향락 등이 활성화된 부정적인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와 반대로 20세기 초 미국인들에게 뉴잉글랜드는 구 이민자들의 첫 정착지로, 청교도 인들의 가치와 전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또한 뉴잉글랜드의 지역민들은 양키(Yankee)로 불리며, 검소하고 청렴한 미국인의 전형으로 생각되었다. 양키들 중에서 특히 선장은 보수적인 미국의 옛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를 상징했고, 양키를 대표한다고 여겨져 뉴잉글랜드의 역사를 기념하는 축제 포스터나 유명 잡지 모델로 등장했다.
호퍼는 에서 당시 유행한 뉴잉글랜드 선장을 그렸고, 이 선장은 조의 언급처럼 호퍼의 또 다른 자아였다. 스테이플스는 보수적인 미국의 옛 가치를 수호하는 호퍼를 대변하는 자아였던 것이다. 실제로 호퍼는 독실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란 인물로 누구보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미국인이었으며, 신 이민자들을 배격했고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가 제작되던 시기, 미국의 상황은 호퍼를 비롯한 보수적인 주류 미국인들에게 불리했다. 경제 대공황 이후, 자유방임주의와 공화당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1882-1945, 1933-1945)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루즈벨트는 미국의 소외된 계층인 신 이민자와 흑인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미국에서는 점차 신 이민자들과 흑인이 동등한 미국인으로 여겨졌고, 뉴욕 또한 발전하는 역동적인 도시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따라서 미국 내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고, 이들은 정치와 사회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주류 미국인들의 입지는 과거에 비해 좁아지게 되었으며,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방 정부는 예술가들을 고용하여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정부 주도하의 미술들이 각광을 받으며, 자연히 뉴잉글랜드 그림들은 수요가 줄게 되었다.
호퍼는 변해버린 미국의 시대상황에 격노했으며 루즈벨트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호퍼에게는 경제적인 문제 또한 찾아왔다. 그의 뉴잉글랜드 그림의 인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호퍼를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었다.
와 은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호퍼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언급된 스테이플스를 세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고, 그의 모습과 작품의 배경을 각각 다르게 표현했다. 에서 자신감 있고 강인한 모습의 양키로 등장한 스테이플스는 에서 좌절하고 우울한 모습으로 표현되었고, 에서 완전한 뉴욕의 도시민으로 나타났다. 호퍼는 이 같은 스테이플스의 변화된 모습을 그리며 시대상황에 좌절한 자신과 마침내 그 상황에 굴복해버린 스스로를 보여주고 있다.
호퍼의 , , 은 미국의 급변하는 시대상황과 이에 영향을 받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퍼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시대의 변화는 서로 맞물리기도 충돌하기도 하며 스테이플스의 모습을 바꾸었다. 따라서 이 그림들은 호퍼 개인을 대변하며 급변한 시대 상황 또한 보여준다. 특히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 의 배경이 뉴잉글랜드라는 점에서, 두 작품이 그려지던 시기에 호퍼가 제작한 다른 뉴잉글랜드 그림들의 변화양상 또한 조명해볼 수 있다. 이처럼 그림을 통해 작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호퍼의 뉴잉글랜드 그림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호퍼의 또 다른 자아인 스테이플스와 세 작품은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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