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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연구 : 글로벌리즘 담론의 측면에서 : A Study on Gwangju Biennale -from the Perspective of Glob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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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권근영

Advisor
정형민
Major
미술대학 협동과정미술경영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광주비엔날레글로벌리즘만국박람회지역성광주정신광주비엔날레 창설선언문《만인보》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협동과정미술경영, 2017. 8. 정형민.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글로벌리즘(globalism) 담론의 확산으로 전시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던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미술 전람회에서의 지역성 구현 방식의 변화를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은 냉전 종식, IT와 물류 발달로 국가ㆍ민족의 경계가 엷어진 시대에 세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고자 한 담론이다. 19세기 만국박람회가 유럽에서 새로운 국제적 전시 방식으로 널리 퍼지던 시기, 1895년 베니스에서 시작된 비엔날레는 20세기 말 들어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는 논쟁적 미술 전람회로 세계 각지에서 다투어 개최됐다. 커뮤니케이션의 증대로 지리적ㆍ국가적ㆍ민족적 경계가 엷어진 글로벌리즘의 시대에 미술 전람회 또한 중심과 주변, 장르 간 장벽을 허물며 그 지평을 확장했다. 《지구의 마법사들》(1989), 《움직이는 도시들》(1998), 《도큐멘타 11》(2002) 등의 전시가 그 예인데, 비엔날레 또한 이 시기 냉전 체제의 붕괴, 신자유주의 경제권의 형성 등 세계 정세의 변화와 함께 하면서 기존의 미술관 전시와 달리 유동적이고 유연하며 동시대적인 전시를 이끌었다.
광주비엔날레는 김영삼 정부(1993-1998)의 세계화 선언, 지방자치 시대 개막과 함께 출범했다. 5ㆍ18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도시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는 동시에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삼았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서구화보다 세계화에,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위하여 예술의 집중력 적응력을 길러 가겠다는 선언문을 내세우며 시작,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일 미술전람회로는 국내 최대 예산을 투입하며 이어지고 있다.
비엔날레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의 일이어서, 그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비엔날레 연구는 국내 최초이자 동북아 첫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엔날레를 도시 마케팅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어서 비엔날레의 본질인 전시에 대한 분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화와 지역성의 맥락이 형성되던 시기 한국에서 단기간의 준비를 거쳐 개막했고, 매회 변모를 거듭하며 한국 현대미술 전시의 압축 성장을 보여줬다. 미술 작품의 제작과 전시, 도록 출판과 국내외 홍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이것이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전시팀의 일원이 총감독으로, 관람객이나 인턴이 참여 작가로 성장하며, 행사에 대한 사후 평가도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를 통해 90년대 이후 한국 시각 문화의 변모를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는 광주비엔날레가 그 시작부터 어떻게 글로벌리즘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지역성을 구현해 왔는지를 전시별로 짚어 살펴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창설 선언문이나 그 이후 이어진 발전방안의 분석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한 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분석했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개별 전시에서 보다 정교한 지향점을 제시하며 막연히 대규모 글로벌 미술 전람회를 개최한다는 데서 나아가, 광주에서 비엔날레를 연다면 그 전시는 다른 곳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 지역적 특성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심화해 왔음을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는 창설선언문을 통해 자생력, 민족정신, 동서양의 평등한 역사 창조 등 근대 미술 도입 이래 이어져 왔던 한국성과 세계화, 서구 미술의 자생적 수용, 향토색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 아시아의 다양한 민족 문화의 능동적 발화를 그 지향점으로 삼았다. 1998년 내놓은 발전방안에서는 이를 민주성ㆍ아시아성ㆍ미래성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여기서 민주성이란 광주의 역사적 경험을 문화적 정체성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라는 게 비엔날레측의 설명인데, 광주정신은 민주성이라는 단어로 중화(中和)됐고, 이때부터 아시아가 전면에 부각됐다. 2000년에는 개방적 광주정신을 지향하며 광주정신의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2007년부터는 지역성과 세계성의 결합을 내세웠다. 20주년 특별전과 제10회 비엔날레를 지나고 난 2015년 혁신위원회에서는 광주정신과 당대 예술실천이 결합하는 플랫폼, 지역과의 소통을 위한 전담팀 신설 등을 내걸었다. 창설선언문에서 제시한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는 대목이 20년 뒤 혁신안에서는 당대 예술실천의 결합으로 구체화되어, 광주정신을 과거사의 화석이 아니라 오늘날 예술로 재조명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둘째, 본 연구는 광주비엔날레 20여 년간의 전시를 그 정책에 근거해 시계열적으로 분석했다. 아시아성을 내세우기 시작한 3회, 지역성과 세계성의 결합을 내세우며 외국인 총감독을 영입한 7회, 당대 예술실천의 결합을 주장하며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광주라는 도시를 주제 삼아 해외 초빙 작가들이 신작을 내놓은 11회 전시 등이 발전방안과 실제 전시가 조응하며 전환점을 이룬 사례다. 본 연구는 광주비엔날레의 지난 20여 년 간 전시를 글로컬리즘을 지향한 1ㆍ2회 전시, 아시아를 기치로 내건 3-6회 전시, 해외 총감독을 영입하며 보다 공격적인 국제화를 지향한 동시에 이들의 눈으로 광주를 다시 읽으며 이를 전시 패러다임에 적용한 7-11회 등 세 갈래로 나눠 분석했다.
셋째, 앞서 거론한 정책과 전시의 분석을 통해 광주비엔날레의 진화발전모형[표 6]을 제시했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정신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동시대 세계미술 전람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즉 로컬과 글로벌 두 마리 토끼잡기를 목표로 진행돼 왔다. 서로 다른 두 목표는 때에 따라서는 어느 한 쪽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다른 쪽이 간과되는 등 상충과 보완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국제 미술 전람회의 위용을 갖추는 데 주력한 1·2회에 비해 3회부터는 로컬과 글로벌 사이의 중간 지대로서 아시아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상충되는 목표를 보완했다. 지리적ㆍ문화적 영역으로서의 아시아는 광주ㆍ한국이라는 로컬 입장에서는 글로벌에 가깝고, 글로벌의 입장에서는 로컬에 가까운 중간 지대 역할을 하며 이후 광주비엔날레 정책과 전시의 중심 지향이 됐다.
넷째, 광주정신을 시각화한다는 지역성 구현은 광주비엔날레에서 피해자로서의 광주를 직접 드러내기 보다는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은 지구상의 또다른 광주들을 전시 작품으로 다뤄 보편적 확장을 이룸으로써 광주에서 비엔날레를 연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 여타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이루며 전시로서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음을 밝혔다.
7회까지의 전시에서 지역성, 즉 광주정신은 한국 참여 작가 중 민중미술 계열 작가들의 책무로 떠넘겨지거나, 본전시 이외 부대행사나 특별전에서 다뤄지며 주변화된 한계가 있었다. 지역에서도 지역성 구현에 대한 요구를 지역 작가 참여 확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은 한계인 동시에 현실의 반영이기도 한데,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매 전시 때마다 광주에서 거세게 주장되는 것에 비해 실제 광주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 연구는 8회 《만인보》를 지역성 구현의 전환점으로 제시했는데, 그 근거는 본전시에서 광주정신의 근간인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이 한 점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완성도가 높이 평가받았으며, 지역 사회에서의 호응도 높았다는 점이다. 이미지와 사람들과의 관계, 미술의 역할 등을 묻는 전시로 여기 5ㆍ18을 직접 재현했거나 언급한 작품은 없었는데, 대신에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당시 수용소에 있던 이들의 사진,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 테디 베어 수집가들, 중국 문화대혁명기의 집체조각품인 등이 광주에서 그 나름의 장소성을 획득하며 보편적 공감대를 건드렸다. 기존에 비미술로 분류되던 개인 앨범이나 기록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전시장에 내놓은 아카이브 전시였다. 전시 기획의 변에 광주에 대한 언급도, 지역성 구현에 대한 고민도 보이지 않았으며 참여 작가 중에도 광주나 한국 작가의 비중이 적었음에도 진일보한 지역성 제시 모델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10회 《터전을 불태우라》에서 6ㆍ25 때 있었던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 가족들을 광주 민주화 운동 유족들과 만나게 한 임민욱의 , 11회 《제8기후대》에서 고(故) 이한열과 터키 시위대 소년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상에서 함께 다룬 아흐멧 우트(Ahmet Őgut)의 등으로 이어졌다. 이 점은 개방적 광주정신, 광주정신의 확장 등 2015년 광주비엔날레 비전ㆍ전략 TF에서 내놓았던 혁신안과도 상통한다. 2006년 터키에서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은 여덟 살 소년과 1987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이한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애니메이션은 광주의 거리 전광판과 이스탄불의 전시공간에서 동시 상영되기도 했다. 광주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비엔날레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작품들과 결을 달리했는데, 광주라는 지역성을 강요한다기보다는 인권ㆍ독재ㆍ민주화 등 이곳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다른 지역의 유사한 사건들과 연결지으며 이해를 높이거나 동시대 미술의 맥락에서 다루며 보편적 공감대로 이끈다는 점이 이전과 차별화됐다. 비엔날레에 있을 법한 대규모 장소특정적 설치가 자아내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포기한 대신 주민 참여의 과정을 중시한 신작들은 비엔날레 개최의 흥분이 사그라진 시대,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을 끌어안으면서도 미술의 동시대성을 놓치지 않는 완성도 높은 전시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하는 화두에 대한 한 가지 응답이 됐다.
본 연구는 지난 20여 년간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 전람회가 발은 지역에 두고 머리는 세계를 향하는 딜레마 속에서 발전해 온 양상을 분석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는 세계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형식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면서도 지역 경제 및 지역 미술계에의 기여라는 요구와도 끊임없이 부딪혔다. 20년 역사를 넘기면서 광주비엔날레 개막은 예전만큼 큰 뉴스거리가 안 될 정도의 일상이 됐다. 광주비엔날레를 동시대 한국 미술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고찰할 시점이 된 것이다. 도시 마케팅이나 지역 경제 효과 같은 당위 논리가 아니라 한국 미술, 혹은 동시대 미술의 시각화라는 비엔날레의 본질을 고찰하는 일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미술사를 돌아볼 때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한국 미술의 세계화 혹은 주변부에서 세계 미술 보여주기 등 광주비엔날레가 고민해 온 이슈는 오늘날에도 국제 미술제를 기획하는 이들이 여전히 붙잡게 되는 화두다. 광주비엔날레가 거쳐온 성취와 좌절을 살펴보는 것이 오늘날 한국 미술을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유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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