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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의 가능성과 그 당위성 : 철저주의와 엄밀한 학의 이념을 중심으로 : The Possibility and Necessity of the Static Phenomenological Interpretation on Husserl's Crisis - The Idea of Radicalism and Rigorous Sci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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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재한

Advisor
이남인
Major
인문대학 철학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에드문트 후설『위기』정적 현상학데카르트적인 길을 통한 초월론적 현상학철저주의엄밀한 학의 이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문대학 철학과, 2017. 8. 이남인.
Abstract
철학의 본래적인 이념을 회복함으로써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술된 후설의 『위기』는 이제까지 주로 발생적 현상학적 탐구 내지는 역사적-현상학적 탐구로 해석되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존의 해석들은 대부분 발생적 현상학이 후설 초기의 정적 현상학을 포괄한 발전된 형태의 후기 현상학, 즉 구성적 현상학의 완성태로 이해하는 특정한 시각에 근거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입장은 현상학의 두 얼굴에 대한 몰이해에 지나지 않는다. 현상학의 두 얼굴에 의하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괄하는 식으로 결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구성을 타당성의 초시간적인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하는지(정적 현상학), 시간적인 발생적 정초관계의 관점에서 해명하고자 하는지(발생적 현상학)에 따라 구별된다. 뿐만 아니라, 『위기』에서 후설은 일관되게 발생적 분석만을 수행하고 있지도 않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필자는 『위기』에 대한 기존의 발생적 현상학적 해석이 일면적이며 불충분한 해석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우선, 1부에서 『위기』에 대한 기존 해석들의 문제점들을 현상학의 두 얼굴과 관련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 필자는 『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의 가능성과 그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본 논문을 통해 주장하는 『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의 가능성과 그 당위성을 기존의 발생적 현상학적 해석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학문적 성과물들과 그 작업수행의 발생적 기원을 해명하는 것은 『위기』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곧, 필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위기』의 탐구와 그 의의가 완전히 드러나려면 기존의 발생적 현상학적 접근 이외에도 정적 현상학적 접근이 모두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 『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이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 논문에서 필자는 정적 현상학적 해석 가능성과 그 당위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의 실마리를 후설이 언급한 철저주의의 이념에서 찾을 것인데, 이는 2부에서 주제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철저주의란, 어떠한 전제나 선입견도 없이 오직 사태의 본성에만 입각하여 탐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무전제성의 원리를 따르는 철학적 자기책임성에의 요구이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철저주의는 필연적으로 정적 현상학적인 탐구를 수반하는데, 이는 철저주의의 이념이 결국 엄밀한 학의 이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학문적-이론적 사유들은 철저주의의 이념 하에 그 사태적합성이 원본적 명증성에 입각하여 철학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하는데, 이처럼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문적 타당성에 대한 정당화 구조를 주제적으로 분석하는 정적 현상학적 탐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철저주의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위기』에서 제시된 정적 현상학적 탐구는 객관주의 내지는 실증주의에 대한 후설의 비판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부의 분석을 바탕으로 3부에서 필자는 후설이 근대의 객관주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언급한 객관적 학문(특히 근대 자연과학)에 대한 『위기』의 분석이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후설은 객관적 학문이 소박하다고 말하였는데,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이 객관적 학문의 소박함은 『위기』에서 언급된 객관적 학문의 기술화(Technisierung) 및 의미공동화(Sinnentleerung)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위기』에서 후설은 객관적 학문의 작업수행이 단지 순수하게 수동적-수용적 태도 속에서 이론 내의 기호를 조작주의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산술화로 특징지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산술화로 인해 객관적 학문의 작업수행이 사실상 카드게임이나 체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놀이규칙에 따라 수행된 탐구, 곧 학문이라기보다는 단적인 기술(Technik)에 머물러 있는 활동으로 전락한다고 보았다. 현상학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산술화와 기술화는 충족되지 않은 공허한 의미지향에 의해, 그 작업수행이 단적인 사념이나 공허한 사념의 성격을 띤다는 것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객관적 학문의 산술적-기술적 작업수행으로부터 그 결과물인 객관적 세계의 의미가 공허해진다는 것이다. 완전한 자체 존재로서의 이념적 객관성으로 규정된 객관적 세계는 이른바 객관적-학문적 작업수행의 지향적 상관물이다. 따라서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에 의해 이러한 객관적 세계는 공허한 의미지향작용으로부터 어떠한 충족내용도 부여받지 못한 의미형성물, 곧 의미가 공동화된 세계로 구성된다. 쉽게 말해, 이론적 산물인 객관적 세계는 원리적으로 직관될 수 없는 논리적 구축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이와 같은 의미공동화는 객관적 세계가 실제 사태와 관련하여 자신의 사태 적합성이나 엄밀성을 자체적으로 확증할 어떠한 내용도 부여받지 못한 공허한 가능성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정적 현상학적인 분석에 의하면, 객관적 학문의 소박함은 그 작업수행과 결과물들이 자신의 타당성을 정초해줄 근원적인 앎 또는 근원적 명증성을 망각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후설은 객관적 학문이 공중에 토대 없이 떠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객관적 학문은 이 근원적 명증성으로부터 정초되어야만 그 작업수행이 참된 의미에서 엄밀한 학문적 작업수행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객관적 세계 역시 자신의 의미와 타당성을 정당하게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후설은 객관적 학문의 정초토대인 이 근원적 명증성을 생활세계에 대한 원본적인 지각체험과 그 명증성이라고 보았다.
생활세계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감각적-직관적으로 앞서 주어진 선-학문적인 지각세계로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언제나 이미 자명하며 친숙한 것이다. 그런데 후설의 주장에 의하면, 생활세계는 초월론적 판단중지 이후에만 그 본질에 적합하게 주제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생활세계란 판단중지 이후에 드러나는 현상들의 총체인 생생한 체험류 속에서 그 지향적 상관물로서 나에 대해 존재하는 상호주관적이며 역사적인 세계지평이기 때문이다. 4부에서 필자는 초월론적 판단중지 이후에 주제화되는 이 생활세계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생활세계로부터의 근원적 명증성이 객관적 학문의 작업수행과 객관적 세계의 타당성에 대한 정초토대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데카르트적인 길을 통한 철저주의의 이념 실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위기』에 대한 기존의 발생적 현상학적 해석에서는 『위기』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이 데카르트적인 길로 특징지어진 『이념들 I』의 정적 현상학적 환원과 대립된 것으로서, 이른바 비데카르트적인 길을 통한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는 현상학의 두 얼굴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일면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철저주의의 이념 하에 『위기』에서 수행된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은 객관적 학문의 타당성 정초관계를 추적하기 위해 수행된 환원의 성격 역시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상학의 두 얼굴에 의해 『위기』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한편으론 비데카르트적인 길로 특징지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념들 I』의 탐구가 수정·보완된 것, 말하자면 심화된 형태의 데카르트적인 길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심화된 형태의 데카르트적인 길로부터 철저주의의 이념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평으로서의 생활세계와 객관적 학문 간의 어떤 본질적인 결합을 발견할 수 있다.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결합은 객관적 학문과 생활세계 간의 타당성 정초관계를 의미한다. 후설의 분석에 의하면, 초월론적 판단중지로부터 모든 객관적 학문의 작업수행들이 본래 생활세계에 대한 학문적 사유방식으로서 생활세계적 실천들 가운데 하나인 이론적 실천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는 모든 객관적-학문적 탐구들이 자신의 의미와 타당성을, 그러므로 자신의 사태적합성이나 엄밀성을 생활세계로부터 길어낸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 때문에 후설은 『위기』에서 명시적으로 학문적 진리들에 대한 정초가 생활세계로 소급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적 현상학적으로 생활세계는 모든 객관적 확증을 위해 이론적-논리적 타당성을 최종적으로 정초하는 명증의 원천 내지는 확증의 원천으로서 정의된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명증의 원천으로서 규정되는 생활세계는 어떤 특정한 근원적인 영역에 한정된다. 구체적으로 이 영역은 원본적으로 부여하는 직관의 방식인 지각적 체험으로부터 원본적으로 소여된 생활세계의 핵을 가리킨다. 따라서 필자는 생활세계의 근원적 명증성이 정적 현상학적으로 주제화되려면 새로운 종류의 판단중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중지는, 비록 『위기』에서는 후설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의 지각세계에 대한 원초적 환원을 가리킨다. 원초적 환원은 나의 체험류 속에서 타인과 관련된 모든 지향작용을 추상화함으로써 나의 초월론적 경험의 지평 내부에서 오직 나에게만 고유한 것(Mir-Eigene)인 원초적 영역으로 소급하기 위한 환원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초적 영역이 타당성의 최종적인 원천으로서 주제화되려면, 타인에 대한 추상화 이외에도 과거의 체험과 같이 단지 암묵적이며 애매모호하게만 주어지는 침전된 지평적 의식들을 배제하는 두 번째 단계인 현전적 환원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현전적 환원 이후에 원초적 영역은 원본적으로 구성하는 삶 속에서 최초의 대상영역임이 밝혀지는데, 후설은 바로 이 최초의 대상영역이 나로부터 비롯된 모든 타당성의 정초토대라고 보았다.
정적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모든 주관적 확실성의 원천으로서 드러나는 이 원초적 영역은 살아있는 현재의 양상에서 가장 원본적으로 지각되는 근원적인 현전장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러한 현전장의 명증성은 원초성으로서의 원본성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더 나아가 우리는 원본적 지각의 살아있는 현재장 구조가 파지-근원인상-예지로 세분화된다는 것을 바탕으로, 추상적이며 이념적 차원이긴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타당성의 정초토대로 소급해 들어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러한 정초토대는 살아있는 현재의 추상적인 핵인 근원-현재 또는 근원인상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근원인상이 대상의식과 관련된 모든 원본성과 타당성의 가장 궁극적인 토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철저주의의 이념 하에 수행된 데카르트적인 길을 통한 초월론적 현상학적 탐구는 대상의식과 관련하여 모든 주관적 확실성의 근원적 원천인 이 근원인상으로 소급된다.
정리하자면, 필자는 『위기』에 대한 정적 현상학적 해석이 가능하며 또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본 논문은 객관적 세계-생활세계-원초적 영역이라는 세계의 다층적 구조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타당성 정초관계를 추적하고 해명함으로써 『위기』의 철저주의가 『이념들 I』의 데카르트적인 길을 통한 초월론적 현상학이 심화되고 발전된 정적 현상학적 탐구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존의 발생적 현상학적 해석에서는 간과되었던 『위기』의 탐구들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일면적이며 불충분한 해석에 머물러 있는 『위기』에 대한 기존의 분석들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를 직접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8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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