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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 -가사노동의 합리화 과정을 중심으로- : Adoption and Development of the Modern Kitchen in Korea - Focused on the Rationalization of House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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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도연정

Advisor
전봉희
Major
공과대학 건축학과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근대부엌가사노동합리화가정성여성능률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공과대학 건축학과, 2018. 2. 전봉희.
Abstract
본 연구는 부엌의 변화에 있어 근대부엌이 큰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주거에서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고찰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근대부엌은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했으며, 현대 한국 부엌의 모습을 점검하였다.
근대부엌이란 지금까지 한국 부엌연구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용어로서, 시기적으로 근대기에 등장한 부엌유형이자 부엌의 근대성을 일컫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다. 그러나 서구의 부엌연구에서는 the modern kitchen란 용어로 이 전통부엌과 대치되는 개념으로서의 부엌유형에 주목한 바 있으며, 주로 1910~30년대 등장한 새로운 부엌계획안에 역사적 의미를 둔다.
서구 근대부엌의 탄생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새로운 부엌의 형성에 있어 가사노동과 여성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구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인가를 보여준다. 근대부엌은 가사노동을 합리화 하는 공간의 창출과정이자, 여성이 홀로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는 과정과 같았다. 이후의 서구 근대부엌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하나의 파급력을 가진 원형을 성립시킬 수 있었고, 이후 관련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존재해왔다.
그런데 한국의 근대부엌은 서구의 경우보다 복합적인 단계를 거쳐 성립하였다. 본 연구의 고찰을 통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엌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부엌환경개선을 강구하기 시작하는 것을 근대부엌 개념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근대부엌 개념의 자체적인 발현인가, 혹은 외부로부터의 유입과 수용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수용으로 판단했다. 이 시기 새로운 부엌의 가치로 강조되는 위생, 능률, 합리, 경제, 과학과 같은 개념들은 대부분 일본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식민지적 해석과 변용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능률은 본래의 작업능률이란 의미보다 경제적 능률개념으로 변질되었고, 현모양처론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기까지 했다. 같은 시기 일본의 경우 부엌개량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서가 발간되었던 것에 비해, 한국의 경우는 신문과 잡지를 통한 산발적인 논의뿐이었다는 점도 부엌개량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유이다.
박길룡을 필두로 건축가와 여성 지식인들이 부엌개량안을 강구하기도 하였으나, 전통부엌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근대부엌을 형성할 수 있는 논의로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일부 상류층에서만 가능한 부엌개량안에서는 이상적 현모양처의 부엌이지만 현실적 식모공간으로서의 한국 근대부엌의 표상을 볼 수 있다.
둘째, 근대부엌의 개념은 일제강점기에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지만, 해방이후 아파트 건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관주도의 주택정책하에서는 다시 부엌개량을 주택문제의 중요과제로 부각시켰고, 서구식 입식부엌 구현을 위해 노력했다. 근대부엌이 아파트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취사와 난방을 겸하는 전통적 부엌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 난방기술의 개선이 필수적이었던 것은 물론, 아파트 설계를 서구식 입식생활에 맞춤으로써 서구식 입식부엌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유도 있다.
셋째, 아파트 부엌의 형성과정에서는 전통부엌을 비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단계를 수반하였으며, 여기에서 전통 대 근대, 비합리 대 합리, 좌식 대 입식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발생했다. 특히 좌식과 입식의 이분법적 논리에 따라 입식부엌을 무조건 지향하는 단계에서 좌식의 생활방식에 대한 것은 묵과하거나 간과하였으며, 사실상의 불편함을 감수한 채 외형적으로 서구식 입식부엌을 추진해갔다. 아파트 부엌의 합리화는 가사노동의 합리화보다는 설비를 합리화하는 단계부터 시작하였으며, 서구식 입식부엌에 모두 수용되지 못하고 남은 전통적 가사방식과 부속공간은 다용도실이라는 적당한 명칭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해결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건축적 해결보다 김치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의 발달의 도웈이 더욱 컸다.
넷째, 한국 근대부엌이 한국적 근대부엌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다이닝키친(DK)으로 도입된 식당이 거실에 개방된 형태로 자리잡게 되면서부터였다. 부엌의 설비가 근대화된 이후에도 거실과 부엌을 단절시키는 평면계획방식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식당은 한국 전통주거문화에 없었던 주거공간개념이었지만, 근대부엌의 능률과 거실의 위계를 조율하여 통합된 LDK형 부엌이라는 답안을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LDK형 부엌은 비록 서구 근대부엌의 계획공식을 따르지만 한국적인 생활문화를 수용함으로써 정착할 수 있었던, 한국의 근대부엌이다.
다섯째, LDK형 부엌은 1980년대 이래 가장 보편적인 유형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후 이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부엌 유형이 등장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LDK형 부엌은 현재 진행형의 부엌이다. 근대부엌이 전통부엌의 형태와 개념을 쇄신한 혁명이라 평가할 수 있다면, 현대부엌은 근대부엌을 뒤엎을 만한 획기적 혁명을 제시한 적이 없다. 다만 근대부엌의 연장선에서 소소하게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1980년대의 부엌을 유니트 키친, 1990년대 이후 부엌은 빌트인 가전이 탑재된 시스템 키친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통부엌에서 근대부엌으로 전환되었던 만큼의 새로운 부엌인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ㄱ자형, ㄴ자형, 병렬형 혹은 아일랜드형으로 구분되는 부엌계획은 사실상 1930년대를 전후로 만들어진 서구 근대부엌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전혀 새롭다 주장하는 대면형 부엌 또한 1940년대 길브레스가 고안한 삼각동선에 기초한 것이다.
여섯째, LDK형 부엌으로 정착한 한국 근대부엌에는 분리와 통합의 모순된 요구가 공존한다. 부엌이 개방적 공간이 되었다는 뜻은 부엌이 가족공동의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것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부엌과 같이 조리기능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부엌이 다시 필요해지기도 한다. 거실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오롯한 작업공간으로서 독립된 부엌이길 원하는 한국 부엌과 주거문화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본 연구는 한국의 부엌연구에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근대부엌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20세기 이후 한국부엌의 변화과정과 특징을 고찰하였다. 근대부엌은 합리성이라는 근대적 가치가 20세기 이후 주거의 가장 기능적인 부분에서 발현된 것으로서, 가사노동의 합리화라는 명제하에 부엌을 발전시켜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론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근대사회의 맹종을 보여준다. 가사노동의 합리화가 목표했던 것처럼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주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논란 중에 있으며, 좌식과 입식의 양분법에 따라 언제나 합리적인 답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근대부엌이 비합리적이라 부정했던 전통은 내면에 깊게 남아 한국 근대부엌이 정착하는데 가장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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